제 목 | 무엇이든 쓰게 된다. by 김중혁-19 | ||
등록일 | 2023.01.03 | 조회수 | 1,060 |
장자끄쌍배 : 안심(安心)이 안 되는 것은 이제까지 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과거(過去)에 무언가를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앞으로 할 일만 생각한다. 앞으로 이걸 꼭 해야지 하고 생각한 것도 이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난 무얼 할까. 그건 무슨 의미(意味)일까. 그렇게 할 가치(價値)가 있는 걸까?
소년(少年)의 마음을 추억(追憶)한다는 것은 과거(過去)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소년(少年)의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이 무기력(無氣力)하고 정체(停滯)되어 있는 반면에 소년(少年)의 마음을 가진 남자(男子)는 앞으로 자신(自身)이 할 수 있는 일을 염려(念慮)하고 걱정한다. 호기심(好奇心)있는 얼굴로 계속 걸어간다.
인간(人間)은 착하지도 악(惡)하지도 않은 자연(自然) 그대로의 상태(狀態)로 태어나지만 어떤 사람은 선량(善良)함을 붙들고 어떤 사람은 악(惡)의 매력(魅力)에 깊이 빠진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붙잡아야 한다. 매(每) 순간(瞬間) 우리의 삶을 선택(選擇)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명확(明確)하게 알지 못한다. 우리의 현재(現在)를 단정(斷定)해선 안 된다. 염려(念慮)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후회(後悔)하면서 다음 발을 내딛어야 한다. 선량(善良)함을 믿으면서...
댄사이드먼은 우리가 만약(萬若) 1년 중 하루를 낭비(浪費)한다면 우리는 놓친 그 기회(機會)를 절대 회복(回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님은 거의 없었다. 하루에 여섯 명이 올까 말까였다. 팀원들은 매장(賣場) 한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새로 나온 음반(音盤) 이야기하거나 홍보용(弘報用)으로 나온 음반(音盤)을 들으며 멍하니 시간(時間)을 보냈다. 그 시절(時節)이 내게는 직장(職場) 인생(人生) 최고(最高)의 순간(瞬間)이었다. 한가(閑暇)하고 평화(平和)롭고 충만(充滿)했다. 손님이 거의 오질 않으니 매장(賣場)에 손님이 들어오는 순간 모두 비상사태(非常事態)로 돌변(突變)했다. 무조건 팔아야 했다.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뭐라도 하나 사게 하자.
팀원들은 모두 음악(音樂) 고수(高手)들이었다. 나도 소싯적에 음악(音樂) 좀 들었네! 하고 뻐길 때가 있었는데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 싶을 때가 많았다. 헤비메탈 마니아도 있었고 힙합에 정통(正統)한 친구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다양(多樣)한 음악(音樂)을 추천(推薦)받기도 했고 음반(音盤) 파는 법(法)을 배우기도 했다.
음반(音盤)을 판매(販賣)하는 고전적(古典的)인 방법(方法)은 세일즈 매뉴얼에 자주 등장(登場)하는 영향력(影響力) 행사(行使)하기다. ‘아~ 이걸 안 들으셨구나. 아니네요. 손님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네요. 사실 이걸 듣지 않으면 손님이 찾는 그런 음악(音樂)은 잘 이해(理解)가 안 갈 수도 있는데요. (혼잣말처럼) “아아~ 이걸 안 들으셨구나.” “이것이 좋으냐고요? 들어보면 이래서 이 앨범을 추천(推薦)해 주셨구나 싶을거예요.” (두 달째 팔리지 않는 음반(音盤)이라는 말 대신(代身)에) “아 이것 진짜 구하기 힘든 건데.”
팀원들은 내게 “아아~! 이걸 안 들으셨구나.”라고 말할 때의 탄식(歎息) 가득한 목소리를 가르쳐 주었다. 목소리에는 허무(虛無)한 세월(歲月)의 인식(認識)이 녹아있어야 했다. 이 음반(音盤)을 듣지 않았으니 지금까지는 헛 산거나 마찬가지라는 듯.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불행(不幸) 중 다행(多幸)이라는 듯 아련한 목소리로 “아아~” 라고 탄식(歎息)해야 했다.
아련하다 : 1. 또렷하거나 분명(分明)하지 않고 희미하다 2. 또렷하지 않고 흐릿하다
팀원들에게 배운 걸 몇 번 써먹어 본 적이 있다. 제법 잘 먹혔다. 물건(物件)을 팔았을 때의 쾌감(快感)을, 내가 추천(推薦)한 물건(物件)을 손님이 받아들였다는 데서 오는 승리감(勝利感)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가끔 그 시절(時節)의 추천(推薦) 방식(方式)이 그리울 때가 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하는 추천(推薦)이고, 직접(直接) 물건(物件)을 보여주면서 하는 추천(推薦)이고, 손님에게 일정(一定) 분량(分量)의 환상(幻想)을 심어주는 추천(推薦)이다. 그런 추천(推薦)은 기억(記憶)에 오래 남는다.
요즘은 실제 물건(物件)도 없이 온라인으로 무언가를 추천(推薦)하는 시스템이어서 조금은 삭막(索莫)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물론 직접(直接) 대면(對面)하지 않고 물건(物件)을 사는 장점(長點)도 무척 많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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