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무엇이든 쓰게 된다. by 김중혁-5 | ||
등록일 | 2023.01.01 | 조회수 | 743 |
삶이 그려내는 궤적(軌跡)의 꼬리에는 여러 생각이 덕지덕지 붙어 있을 것이다. 떨어져 나간 생각도 있고 다시 들러붙는 생각도 있다. 생각은 피부(皮膚) 같은 것이고 각질(角質) 같은 것이다.
메모의 시작(始作)은 창대(昌大)하지만 끝은 언제나 미미(微微)하고 흐지부지해진다. 메모는 씨앗을 심는 일이다. 메모로 적은 생각에 매일 물을 주지 않으면 곧 말라버린다. 메모에 대한 강박관념(强迫觀念)이 사라지면 올가미가 없고 함정(陷穽)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메모만 하다 보면 생각들이 무리 지어 날아들고 생각은 많아진다. 붙잡아 둔 생각은 썩어 버린다. 머리에 저장(貯藏)한 메모가 더 나을 수도 있다. 메모를 어떻게 이용(利用)해야 할지는 내가 판단(判斷)한다.
첫 문장(文章) 쓰기
글쓰기는 최선(最善)을 다할 수 없다. 최선(最善)을 다하려면 한 단어(單語) 한 문장(文章) 곰곰이 생각해야 하고 배열(配列) 리듬 흐름 효과(效果) 등을 꼼꼼히 계산(計算)해야 한다, 그러면 하루에 몇 문장(文章)이나 쓸 수 있을까?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데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막막한 흰 종이 흰 모니터에 글자를 찍어나가야 한다. 최선(最善)을 다할 수 없으므로 글쓰기의 첫 문장(文章)은 대충 쓰는 것이 좋다. 좋은 문장(文章)을 쓸 수 없다면 아무 문장(文章)이나 쓰면 된다. 최선(最善)을 다해 골라봤자 실패(失敗)할 수밖에 없는 게 첫 문장(文章)이다. 그래서 생각나는 대로 쓰고 거기서 수정(修整)하면 된다.
첫 문장(文章)에서 모든 것이 시작(始作)된다. 첫 문장(文章)은 수수께끼고 그다음 문장(文章)부터 끝까지는 이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過程)이다. 글을 한참 쓰다가 첫 문장(文章)이 바뀌는 경우도 허다(許多)하다.
일단 지르고 보는 두괄식(頭括式)은 스토리를 이어져 나가지 못할 경우 외면(外面)당한다. 미괄식(尾括式)은 어떻게든 끝까지 듣는 사람을 끌고 가야 한다.
내가 나인 것을 아는 이유(理由)는 나의 과거(過去)를 통해 미래(未來)를 지속적(持續的)으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의 시작(始作)을 생각하고 글이 끝까지 달려가 본 다음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글을 마무리한다. 글을 쓰면서 내가 어떤 나인지 알 수 있고 내가 중요(重要)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고 내가 피(避)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글을 계속 쓰다 보면 상상(想像)의 근육(筋肉)이 붙게 된다. 평소(平素)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問題)들에 대해 판단(判斷)하고 결정(決定)을 내려야 한다. 상상(想像)이나 묵상(默想)은 지속적(持續的)으로 뇌(腦)의 근육(筋肉)을 강화(强化)하는 것이고 어떤 나인지 끊임없이 물어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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