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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무엇이든 쓰게 된다. by 김중혁-10
등록일 2023.01.02 조회수 751

글을 쓴다는 것은 야생(野生)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지루한 부분(部分)은 과감(果敢)하게 지워야 한다. 할 말이 생겼을 때 열정적(熱情的)으로 말해야 한다. 말할 것이 없으면 침묵(沈默)하고, 말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말할 것이 생겼기 때문에 글을 쓴다. 대부분 사람은 앉아서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글 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좋은 이야기는 만들어낼 수 없다. 짜내야 한다.

 

추상적(抽象的)인 인류(人類) 전체(全體)에 대해 쓰지 말고 구체적(具體的)인 한 사람에 대해 써라. 구체적(具體的)인 한 사람에 대해서 쓴다는 것은 글쓰기의 가장 간단(簡單)한 비법(秘法)이자 가장 어려운 비법(秘法)이다. 가장 작은 것부터, 가장 익숙하게 잘 아는 것부터, 가장 가까운 비유(比喩)부터 써보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始作)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가까운 곳에 있는 것들을 잘 기억(記憶)해야 한다. 주변(周邊)의 사람 동물(動物) 동네 물건(物件)들 지나간 사람들을 모두 꼼꼼히 챙겨두어야 한다. 인류(人類)는 기억(記憶) 저장(貯藏)을 위해 언어(言語)를 개발(開發)했지만 언어(言語)에 의존(依存)하다 보니 자연(自然)스럽게 기억력(記憶力)은 감퇴(減退)되었다. 즐거운 일이든 고통(苦痛)스러운 일이든 일단 적어야 한다.

 

당시(當時)에는 지긋지긋했지만 이제 그 기억(記憶)은 내 마음이 뜯어먹기 좋은 풀밭이 되었다. 좋은 과거(過去)의 풀밭은 여러 번 뜯어 먹어도 파릇파릇한 새싹이 매번 힘차게 솟아오른다. 기억(記憶)이 타오르면 인간(人間)을 따뜻하게 해준다. 과거(過去)의 기억(記憶) 창고(倉庫)를 열면 공기(空氣)의 냄새도 맡을 수 있고, 땅도 만질 수 있고, 초록색(草綠色) 나무도 볼 수 있다. 그게 책()을 쓰는 원동력(原動力)이 된다.

 

글쓰기 충고(忠告) 따위는 무시(無視)하고 자기(自己)만의 방식(方式)으로 글을 쓰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충고(忠告)는 모두 잊고 혼자서 밤을 꼬박 지새우며 글을 쓰다 보면 저절로 작은 깨달음이 올 때가 있다. 자기(自己)만의 공식(公式)이 하나씩 생기고 작가(作家)들의 충고(忠告)가 무슨 의미(意味)인지 몸으로 알게 된 때가 온다. 그 사소(些少)한 깨달음이야 말고 글쓰기의 가장 큰 재미다.

 

글을 쓰다 보면 여러 가지 위험(危險)을 만나게 된다. 위험(危險)은 도처(到處)에 산재(散在)되어 있다. 좋은 표현(表現)을 고르기 위해 애쓰고, 마음을 정확(正確)하게 표현(表現)하려면 예민(銳敏)해지기도 한다. 돈과 시간(時間)도 많이 든다.

 

무엇보다도 글쓰기의 가장 큰 위험(危險)은 자기(自己) 합리화(合理化). 처음 글을 쓸 때의 짜릿함을 기억(記憶)할 것이다. 마음의 추상(抽象)들을 구체적(具體的)인 언어(言語)로 번역(飜譯)해갈 때 마음은 옷을 입고 현실(現實)이 된다.

 

하얀 종이 위에 내가 쓴 글자들이 새겨질 때 그 어떤 현실(現實)보다도 실물(實物)처럼 느껴진다. 내 마음을 언어(言語)로 표시(標示)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新奇)할 뿐이다. 있었던 모든 일들을 더 솔직(率直)하게 누가 봐도 대담(大膽)하게 글로 남기고 싶어진다. 이때부터 글쓰기의 함정(陷穽)이 시작(始作)된다.

 

글쓰기는 점점 누군가를 의식(意識)하게 된다. 이 세상(世上)에 완벽(完璧)한 혼자만의 글쓰기란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글 속의 인물(人物)과 자신(自身)을 분리(分離)시키는 일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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